일상

파묘 : 친일파 썰어버려

찻잔속청개구리 2024. 2. 29. 20:01
반응형
영화 주제를 관통하는 사진
친일파 제거
후기

지난 주 토요일이었다.
개봉 주에 바로 달려가 본 파묘.
코리아 오컬트에 김고은, 이도현 배우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조합이었다.
예고편에 나온 MZ 무당의 요소가 전래동화에나 나올법한 무속 공식을 깨리라 기대했다. 하얀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하는가 하면, 비수기에는 스피닝을 하는 요즘 무당 본 적 있는가.
극장을 나오면서 같이 본 친구에게 화림이 일본어를 못했으면 어쩔뻔 했냐고 했는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MZ 화림무당 덕분에 다이묘 정령을 물리칠 필승법을 지관에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스포 가득 줄거리

내가 생각하는 극의 흐름은 이렇다.
 
500년 전 임진왜란 때 명으로 북진하려고 조선 땅을 밟은 한 다이묘는 조선에서 죽었다. 그러다 일제 강점기에 이르러 태백산맥의 허리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정기를 끊으려는 여우 음양사에 의해 몸에 말뚝 역할을 하는 칼이 심겨지고 관이 세로로 세워진채 묻힌다. 이렇게 세워진 관짝을 함부로 파묘하지 못하게 당시 권세있는 친일파의 관을 그 위에 묻는다. ㅜ자로 2개의 관이 위치한 셈다. ㅡ자로 묻힌 친일파 할아버지는 그 아래에 있는 다이묘 때문에 묘자리가 불편해서(이건 인정함) 자손한테 행패를 부린다. 그 행패는 바다건너 미국에서 사는 증손자에게 까지 이어져, 아들은 지키고자 했던 손자가 우리의 주인공 화림과 봉길을 고용해 무속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화림은 단순한 굿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 조상묘를 봐야한다고 판단해 지관(최민식)과 턴키계약을 한다. 
 
그러나 관은 ㅜ 모양 스택으로 쌓여있지 않았던가. ㅡ자로 누워있는 친일파 할아버지 관은 이장하려던 차에 도굴하려는 장의사에 의해 관짝이 열리고 만다.  50년이라는 세월 동안 불편하다는 시그널만 보내다, 관짝이 열리고 나자 시그널은 분노로 바뀐다. 친일파 할아버지 혼이 후손을 괴롭히는 걸 넘어 아들과 손자한테 닿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러자 우리의 주인공들은 급히 관째로 화장해서 친일파 할아버지 귀신을 저승으로 보내버려 증손자만은 죽음에서 구해낸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지관이 친일파 할아버지 관짝 파다가 산재를 입고만 돼지장수를 도우려다 ㅣ자로 세워진 다이묘 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 관을 인근 절에서 보관하던 중 관 안에 있던 혼, 다이묘 귀신이 뛰쳐나와 농가 돼지와 사람까지 직접 해치고 다닌다.
 
이 과정에서 화림이 다이묘 정령과 대화를 좀 나누고 은어(물고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된다. 다이묘 귀신 죽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주인공들. 화림이 은어로 다이묘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는 사이 지관은 말뚝을 제거하기로 하지만, 아무리 파도 쇠말뚝은 보이지 않는다. 참고로 지관이 쇠말뚝이 다이묘의 역린이라 생각 이유는 근처 절에서 일제 강점 때 쇠말뚝을 뽑으려한 정황을 알게되고, 다이묘가 바로 쇠말뚝을 지키는 수호신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오면, 지관은 결국 쇠말뚝을 못찾고, 은어를 다먹고 묘로 귀가한 다이묘와 맞닥뜨린다. 심장 쫄깃하게 지관은 다이묘의 손톱공격으로 1차 피해를 입는다. 이에 굴하지 않고 지관은 풍수지리적 영감을 떠올리며 물에 젖은 나무가 쇠(다이모)보다 강하기 때문에, 땅팔때 들고간 나무막대에 본인 피를 묻혀 다이묘를 썰어버린다. 말그대로 그냥 썰어버린다.
 
마법천자문적 필승법으로 다이묘 정령을 썰어버린 지관. 이후 세상은 다시 평화로움을 되찾는다. 친일파 할아버지 귀신이 본인의 증손자를 죽이려는 행위는 살인미수에 그쳤고, 수호신과 일본어 능력이 부족했던 봉길은 빙의되었다가 풀려났으며 쇠말뚝도 결론적으로 제거됐다. 그런데 어쩐지 찜찜함이 남아있다. 굿을 하던 화림은 집중하지 못하고,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으로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린다. 
 
내 생각에는
아직도 우리 땅에 박혀 있는 쇠말뚝이 많아서
쇠말뚝을 뽑아냈듯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해서
지관의 풍수지리학으로 다이묘를 물리쳤지만 화림 본인은 거들기만 한데다 봉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머뭇거렸던 나약한 모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통쾌한 영화를 봤고, 김고은 배우의 고퀄리티 연기를 봐서 기분 좋았다.
 
오는 삼일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 파묘를 보면 좋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