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연)의 엄마(미선)의 엄마(영옥)의 엄마(삼천)에 이르는 4대 이야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죽어가는 엄마를 두고 고향을 떠났떤 삼천,
죄책감을 지닌채 삼천은 자신을 구출해준 남자와 결혼했지만
시간이 지나 알고 보니 직업의 귀천은 극복해도 집안에서 여자 위에서야했던 남자였다.
천주교 신자로서 집밖에서는 진보적인 신사였겠지만
형제앞에서 아내에게 무안을 주고, 딸에게 가정이 있는 남자와 혼사를 맺는 등
아내와 딸의 행복보다는 본인의 체면이 우선인 사람이다.
남편들 간에 연으로 삼천은 세비와 친구가 되는데 우정은 둘의 딸인 영옥과 희자에게 내려온다.
어머니들에 비해서 우정의 끈은 약할지 몰라도 전쟁통과 서러운 삶을 함께 겪었던 그들이었기에
훗날 독일에 터를 잡은 할머니 희자는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영옥과의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걸 지연에게 보낸 편지에서 알 수 있었다.
삼천과 영옥 모녀의 삶은 구한말에서 한국전쟁까지 한 맺힌 여자들의 극복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와 엄마 미선 모녀는 갈등이 주를 이루는 관계였고, 그 원인은 정신분석적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모르겠지만 이 모녀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의 아픔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을 보살필 줄 아는 삼천과 달리
나와 엄마는 아픔을 더 깊은 곳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엄마는 정상성을 위해 실제 삶을 왜곡시키며 본인 삶의 아픔을 속이며 살았다.
딸은 이런 엄마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혼과 아픈가정사를 친척들한테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사람이다.
엄마는 이런 딸이 할머니 영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 딸은 희자도 닮았다.
희자의 명석함과 영옥의 생활력을 합친 것 같다. 비로소 4대가 흘러 딸은 본인의 감정이 뭔지, 하고싶은게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당당하게.
이 땅의 여성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은 묵은 감정을 잘 소화시키고 새로운 시대에 새처럼 날아가는 것이다.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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